2006년, 켄 로빈슨 경은 TED 무대에서 교육에 관한 단순하지만 오래 남는 질문을 던졌다. “학교는 창의성을 죽이는가?” 약 20년이 지난 2026년에도 TED는 이 강연의 재생 수를 8천만 회 이상으로 표시한다. 이 강연이 오래 살아남은 이유는 교육에 대한 복잡한 논쟁을 하나의 질문으로 압축했기 때문이다. 학교가 인간 능력의 아주 좁은 일부만 잘 측정하고 보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금도 유효한 핵심 주장
로빈슨은 수학이나 문해력, 학업적 엄밀함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수학과 문해력의 중요성을 인정한 뒤, 창의성 역시 그에 준하는 교육적 지위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지금의 어른들이 정확히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논리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은 ‘틀릴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아이들은 답을 모를 때도 시도하지만, 성인이 될수록 틀리는 것을 두려워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만 로빈슨은 실수와 창의성을 동일시하지 않는다. 틀렸다는 사실 자체가 창의적인 것은 아니지만, 틀릴 가능성을 전혀 감수하지 않는다면 독창적인 시도도 나오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 구분은 중요하다. 정답만 보상하는 학교는 규칙을 잘 따르는 능력을 길러낼 수 있지만, 동시에 실험의 비용을 지나치게 높일 수 있다. 로빈슨의 더 깊은 비판은 결국 교육의 인센티브에 관한 것이다. 학교는 어떤 종류의 사고를 안전하게 만들고, 어떤 능력을 가치 있는 것으로 보이게 하는가?
학교가 만들어내는 ‘능력의 서열’
로빈슨은 세계의 교육제도가 대체로 언어와 수학을 위에 두고, 인문학과 예술을 그 아래에 배치한다고 말한다. 모든 국가가 정확히 같은 구조를 갖는다는 주장은 별도 검증이 필요한 일반화다. 그러나 그의 문제 제기는 여전히 쓸모가 있다. 어떤 교육제도든 무엇을 더 자주 시험하고, 더 높은 점수로 보상하며, 더 중요한 진로와 연결하는지를 통해 ‘어떤 능력이 중요한가’를 학생에게 끊임없이 알려준다.
안무가 질리언 린의 이야기는 그 판단이 빗나갈 때 무엇을 놓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린의 공식 전기에 따르면, 어린 시절 지나치게 활동적이던 그녀를 본 의사는 음악을 틀어놓고 움직이는 모습을 관찰한 뒤 춤을 배워보라고 권했다. 린은 이후 로열 발레단의 솔리스트가 되었고, 캣츠와 오페라의 유령의 안무를 맡은 세계적인 안무가가 됐다.
하지만 2006년의 모든 설명이 살아남은 것은 아니다
이 강연을 오늘의 과학적 리뷰처럼 읽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로빈슨은 여성의 뇌량(corpus callosum)이 더 두껍고 이것이 멀티태스킹과 관련 있다는 당시의 대중적 뇌과학 설명을 농담에 활용한다. 이후 연구에서는 전체 뇌 크기를 통제하면 그처럼 단순한 성별 차이가 거의 남지 않는다는 결과가 제시됐다.
질리언 린의 사례 역시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는 사실 예술적 천재다” 또는 “ADHD 진단과 치료는 잘못됐다”는 주장으로 확대하면 안 된다. 더 적절한 독해는 이렇다. 교실과 맞지 않는 행동을 곧바로 아이 개인의 결함으로만 해석하기 전에, 그 아이가 다른 방식으로 사고하고 능력을 드러낼 가능성도 살펴봐야 한다는 경고다.
20년 뒤에도 남는 질문
그래서 이 강연의 핵심은 “예술 수업을 더 늘리자”보다 더 넓다. 우리는 지능을 얼마나 좁게 정의하고 있으며, 그 정의에 교육제도를 최적화할 때 무엇을 잃는가?
해답은 실수를 미화하거나 기준을 없애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엄밀함을 유지하면서도 평가 이전에 충분히 실험할 기회를 주고, 학생이 움직임·제작·공연·협업·학제 간 작업 등 더 다양한 방식으로 능력을 드러낼 수 있게 하는 쪽에 가깝다.
로빈슨의 주장이 여전히 불편하게 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교육은 시험하기 쉬운 능력으로 사람을 분류하는 시스템일 뿐 아니라,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능력을 발견하는 시스템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원문: Sir Ken Robinson, “Do schools kill creativity?” — TED2006
추가 확인: Gillian Lynne 공식 전기; Luders, Toga & Thompson (2014), NeuroImage.
English edition: Do Schools Kill Creativity? What Ken Robinson Still Gets Right 20 Years Later